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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겨울
서평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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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

다시 행복을 생각한다

다시 행복을 생각한다

서명 : 행복의 지도

글쓴이 : 김광웅 좋은책선정위원장,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저/역자 : 저자 _ 에릭 와이너 역자 _ 김승욱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2008-09-30 / 483쪽 / 13800원 / 독자대상 : 고

이 책은 저자가 세계 10개 나라를 찾아다니며 각 나라의 특징을 행복과 관련지어 소개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기관이며 프로그램을 찾아 다녔고, 동시에 행복과 연관되는 연구와 이론과 금언들을 인용해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리려고 애썼다.
10개국을 기준 없이 임의로 선정한 듯하지만 이들 국가들 간에는 대비되는 특징이 몇 가지 있다. 너그러운 나라(네덜란드)와 까다로운 나라(스위스), 정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라(부탄)와 물질을 중시하는 나라(카타르), 문화가 있는 나라(아이슬란드)와 없는 나라(몰도바), 밝은 나라(카타르, 태국, 인도, 미국)와 어두운 나라(부탄, 아이슬란드, 몰도바), 그리고 쾌락을 추구하는 나라(네덜란드, 태국)와 그렇게 극단적이지 않은 나머지 나라들로 갈린다.
책은 나라에 따라 사는 국민들이 갖는 행복에 관한 관념이 같지 않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그것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삶의 양식, 그리고 현재의 정치상황이나 자연환경 여건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행복과 불행의 이분법적 인식의 오류

저자는 ‘행복’이라는 어쩌면 신기루 같은 것을 어느 누구도 놓치지 않고 계속 추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것 중 행복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은 살면서 고생하며 일하지만 일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려고 노력한다. 즐거움이 곧 행복은 아니지만 불쾌한 것을 행복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쨌든 ‘호모 루덴스’로서의 인간은 즐거움과 행복을 추구한다고 해야 할 것이고, 그것이 반드시 놀이에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힘든 일 속에서도 즐거움과 행복은 얼마든지 맛볼 수 있다. 남을 돕는 일이나 남을 위해 내가 희생할 때도 즐거움은 찾아온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행복과 불행을 대칭으로 놓고 생각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보통 행복은 불행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가능하면 불행해지지 않으려고, 동시에 행복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상례인 것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이 불행보다 얼마나 나을지, 또 얼마나 다를지를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을 성 싶다. 문제는 행복과 불행이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이 경우만이 아니라 여러 경우에, 즉 아름다움과 미움, 착함과 악함 등등에서 늘 이분법적 내지는 대칭적 개념으로 인식하고 느끼고 한다는 것인데, 이른바 합리주의에서 말하는 이 이분법적 논리가 비판을 받고 있다는 점에 관해서는 여기서 긴 논의를 하지 않겠지만 나중에 책 이야기를 속속들이 하면서 과연 행복이 무엇이고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를 매듭짓는 데 어느 정도 인식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말해두려는 것이다.

나라마다 다른 행복지수

저자는 루트 벤호벤의 ‘행복지수’를 기준삼아 겪은 경험을 진솔하게 해석하고 평가해 보려고 노력했다. 물론 갖가지 연구결과를 대입시켜 해석에 재해석을 시도해 그냥 여행기가 아니라 한 나라의 행복의 실체를 파헤쳐 보려고 많은 애를 썼다.
나라별로 요소들 몇 가지만 스케치하면서 책의 진수에 다가가 보겠다.
첫째, 관대함이 특징인 네덜란드의 사회적 분위기는 무엇보다도 삶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러나 편한 것도 어느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만족감이 희석되기도 한다. 좋은 삶, 행복한 삶의 요소 하나가 자기보다 큰 어떤 것, 이를테면 우주 같은 것에 유대감을 갖는 것이라고 말한다. 러셀이 『행복의 저서』에서 한 말이다. 이런 점에서 인도의 우주관과 연결되기도 한다. 한편 사회과학도들은 행복 중 70%가 친구, 가족, 직장동료, 이웃관계라고 말한다. 행복의 원천이 타인과 함께 공존할 때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이 책이 주장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사람들은 자기가 불행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이 행복해 보이는 꼴을 참고 보지 못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둘째, 네덜란드와 정반대로 스위스는 완벽함을 추구해 삶을 오히려 불편하게 만드는 듯싶다. 스위스는 능률적인 나라다. 시간 지키기를 칼같이 하고 실업자가 거의 없고 공기도 맑다. 그러나 이런 쾌적한 여건보다 스위스인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원천은 시기심을 줄이는 것이라고 확인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싫어하고 돈(Money)의 M자도 입에 올리지 않는 습관이 삶 속에 배어 있다.
셋째, 행복이 국가의 최대 목표인 부탄은 ‘국민행복지수’가 국민총생산에 우선한다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정부가 행복에 주력하는 나라이다. 돈만이 절대선이라는 주장을 공식적으로 거부한 최초의 국가로서 지극히 정신적인 면에 치중하는데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열악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나라이다. 이들이 행복한 것은 비현실적인 기대를 품지 않기 때문이고 동시에 행복은 개인차원에서 자기성찰이나 자기개발, 그리고 실존적 고뇌를 함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믿는다.
넷째, 카타르는 한마디로 문화가 없는 나라이다. 세금도 없고 복지비용이 하나도 들지 않는 나라이다. 그러나 저자는 완벽하고 사치스런 호텔을 ‘무덤’이라고 표현한다. 아무리 사치해도 허공과 절망 속을 둥둥 떠다니는 곳 같은 나라라고 묘사한다. 뿌리가 없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돈은 어쩌면 고립을 자초하는 촉매제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나라다.
다섯째, 아이슬란드는 절제를 미덕으로 알지만 주말만 되면 온 나라가 술에 취한다. 어두워서 그런단다. 삶이 덧없고 자연이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다. 그러나 틀에 가두지 않는 문화가 있고 언어를 제일 소중하게 생각한다.
여섯째, 몰도바는 세상에서 아마 가장 불행한 나라인 듯싶다. 정치체제가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신뢰도, 자부심도 없고 자포자기하는 나라이며 몰도바 언어를 몰라도 장관이 될 수 있는 나라이니 언어가 기쁨의 원천인 아이슬란드와 너무 대조적이다.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추방당한 나라이고 수도 키시나우를 ‘저주받은 도시’라고 기록했다.
일곱째, 태국은 국민들이 생각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저자는 표현한다. 말끝마다 ‘마이펜라이’라며 신경 쓰지 말라는 태도로 일관한다. 남을 비난하지 않고 일상의 태도는 당황함이 전혀 없다. 오로지 미소로 답할 뿐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려는 겸손함이 배어 있다. 그렇다고 냉정한 가슴이 없는 것도 아니다. 행복을 생각하지 않는 나라로 저자는 표현하지만 태국의 진가를 아직 제대로 관찰한 것 같지는 않다. 평자가 2년 동안 태국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여덟째, 영국은 훈련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나라다. ‘슬라우 행복 만들기’ 프로그램에서 행복전문가를 투입해 12주 동안 50명을 훈련시켰더니 33%가 행복해졌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행복해질까? 아마도 제레미 벤담의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를 철저히 믿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니 이렇게 인위적이거나 또는 정부가 나서서 행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우정, 섹스, 신뢰와 같은 것을 정부가 해 줄 수 있을까, 라고 저자는 회의한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행복은 부산물일 뿐 계속 씨앗만 뿌리면 언젠가 나비가 어깨에 내려앉지 않을까” 라고.
아홉째, 우주를 숭상하는 인도는 한마디로 영혼을 맛볼 수 있는 나라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현대성을 통과하는 대안적인 길’이라고 제프리 페인이 말했단다. 저자는 영혼을 위한 유람선이라고 할 수 있는 아쉬람의 경험을 자세히 소개하고 또 구루지의 강연 장면을 극화시킨다. 사람이란 지나치게 완벽함을 추구하면 이성을 잃게 되니 오히려 불완전한 것이 들어갈 삶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서 지울 수 없는 인도의 특징이 하나 있다. 가족과 친구를 한없이 아끼는 것까지는 좋다 해도 그 외의 사람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네 가정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데 대문 밖은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이는 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할까?
열째, 미국은 어느 조사에 따르면 행복순위가 코스타리카, 몰타, 말레이시아에 이어 23위란다. 84%의 국민이 ‘매우 또는 상당히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나라이다. 아마도 이들은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사는지도 모른다. 미국인들의 행복추구 방법은 이사 가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저자는 마이애미와 비교해 노스캐롤라이나의 애슈빌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지형도 좋고 문화도 다양하고 사계절이 있고 기후가 온화하고 두통이 없을 정도로 습도가 적당하며 음식도 좋고 오페라와 연극 공연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좋아한다.

행복하려면

“행복은 이성의 이상이 아니라 상상력의 이상”이라고 칸트가 말한 적이 있다. 리차드 쇼도 『행복의 비결』에서 “어느 정도 이성을 넘어선 영역에서”라고 말했다. 노먼 브래드번은 『심리적 복지의 구조』에서 행복은 불행과 같은 것이라고 했다. 이분법으로 양자를 쪼개지 말자고 모두에서 평자가 지적한 바 있다.
‘행복은 마음의 상태이자 그런 상태에 도달하려는 노력이다.’ 이성의 차원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오히려 심리적인 것으로서 자신이 쓸모 있다고 생각하면 행복해진다. 그러나 행복은 생각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행복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덜 행복해진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들으며 행복해지려고 해 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고베대 실험은 착한 일을 하면 행복해진다고 밝혔다. 시카고대학교에서 5만 명을 조사하고 얻은 결론은 남을 돕는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거였다. 변호사·의사·은행가보다 성직자·물리치료사·간호사·소방관이 훨씬 행복하다는 것이다. 이기적 이타주의라고 표현한다.

한국의 행복은?

그리고 문화적 적합성이 있어야 행복해진다. 그 나라 그 고장의 문화에 동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해지기 어렵다.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은 행복이 고통 없는 상태는 아닌 것이다. 마음속에 아무것도 없어야 행복하다.
행복의 열쇠는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일 것이다. 남을 돕는 일, 남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려고 노력하는 일, 그래서 행복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관계’의 존재라고 했다. 주말마다 손자를 데리고 수영장에 가면 어느 지인의 말, “축복인줄 아시오” 란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차지한 위치보다 사회전체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의 행복은 어디서 확인하면 좋을까? 판에 박혀 기계처럼 사는 인생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도 많지만 자신의 정체나 좌표를 확인할 줄 모르는 채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엔 너무 먼 사람들의 고향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간밤에 내린 비에 젖은 솔잎 낙엽을 밟으며 우면산 흙길 내려오던 이 아침’이야말로 평자가 평소에 느끼는 행복이다. 흙을 밟아야 행복하다고 저자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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