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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겨울
서평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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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전을 재구성하는 의미

우리 고전을 재구성하는 의미

서명 : 재미있다! 우리 고전(1,2,3)

글쓴이 : 이은봉(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저/역자 : 이혜숙 외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2003-04-25 / 150쪽 / 8000원 / 독자대상 : 고

창작과비평사에서 새로 기획해서 선보이는 ‘재미있다! 우리 고전’ 시리즈의 첫 번째 결과물이 나왔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간행될 이 시리즈의 첫 번째 결과물은 『토끼전』, 『심청전』, 『홍길동전』이다. 뒤를 이어 간행될 고전으로는 『박씨 부인전』, 『장화 홍련전』, 『북경거지』 등을 우선 예로 들 수 있다.
『토끼전』은 장편집 『먼 길 위의 약속』, 소설집 『바람 속의 얼굴은』, 『마음이 하는 일』 등을 펴낸 소설가 이혜숙이 재구성했고, 『심청전』은 시집 『바람의 서쪽』, 동화 『노루삼촌』 등을 펴낸 시인 장철문이 재구성했다. 그리고 『홍길동전』은 『복숭아뼈에 대한 회상』, 『어머니의 달』 등의 시집을 간행한 시인 정종목이 재구성했다. 재구성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전면적으로 다시 고쳐 쓴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들 고전이 수세기에 걸쳐 구전되어 오면서 거듭 필사되거나 판각되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지금 또 하나의 이본이 태어난 셈이다.
‘재미있다! 우리 고전’ 시리즈는 책의 장정이나 편집의 형태 자체로만 보면 일단 어린이를 위해 기획된 듯 싶다. 실제로도 『토끼전』의 해설 부분에는 그러한 의도를 밝히고 있는 구절, 즉 “어린이에게 고전을 읽히자는 본래의 취지”라는 구절이 보인다. 하지만 책의 장정이나 기획 의도를 밝히고 있는 서문에는 어디에도 그러한 취지가 드러나 있지 않다. 본래 이 시리즈가 어린이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읽히자는 의도에서 기획되었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어린이보다는 부모, 즉 성인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 고전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의도된 것이 이 시리즈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우리 고전’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이제 막 책읽기를 시작한 어린이들에게 시각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드물지 않게 끼어 넣은 아름답고 섬세한 삽화들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니까 장정이나 편집의 면에서는 전통적인 동화책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토끼전』의 삽화를 그린 것은 김성민 화백이고, 『심청전』의 삽화를 그린 것은 윤정주 화백이다. 그리고 『홍길동전』의 삽화를 그린 것은 이광익 화백이다. 이미 김성민은 『두꺼비 신랑』, 『샘마을 몽당깨비』 등의 책에, 윤정주는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애벌레가 애벌레를 먹어요』 등의 책에, 이광익은 『과학자야 놀자』, 『백두산 천지가 생긴 이야기』 등의 책에 삽화를 그린 적이 있다. 화가들 또한 만만한 분들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시리즈가 본래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출간되었다는 것은 삽화가 들어 있다는 점 외에서도 두루 찾아 볼 수 있다. 우선 어려운 고사성어나 한자어를 모두 현대의 쉬운 말로 고쳐 썼다는 점이 이를 잘 말해준다. 뿐만 아니라 책을 읽다 보면 내용 중에 어린이들의 상상력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운 현학적인 부분이 과감하게 생략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오늘을 사는 어린이들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 ‘재미있다! 우리 고전’ 시리즈라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눈 높이에 맞추어 출간되었다는 것은 ‘재미있다 우리 고전’ 시리즈의 책들이 말 그대로 재미에만 치우진 채 구성되지는 않았다는 점에 의해서도 확인이 된다. 그렇다. 원작의 의도를 정확하게 반영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이 예의 고전이다. 당연히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고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겠지만 책의 내용이나 주제만은 원작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한 생각에서 여러 판본을 대조해 가며 이야기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작품의 내용을 능동적으로 가감, 첨삭하고 있는 것이 이들 고전이다. 말하자면 『토끼전』, 『심청전』, 『홍길동전』의 경우 재구성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정본에 도달하고자 하는 교감을 시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 고전 가운데 『홍길동전』을 제외한 『토끼전』과 『심청전』은 모두 판소리를 문자로 기록하는 과정에 정착된 소설, 이른바 판소리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초까지의 문헌에 따르면 판소리는 본래 열두 마당, 즉 12편이 전해져 내려왔던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구전되는 과정에 일실된 것이 많아 현재에는 『토끼타령』, 『심청가』, 『춘향가』, 『흥부가』, 『적벽가』만이 남아 있는 형편이다. 이 다섯 마당만이 19세기초에 문자로 기록되어 판소리계 소설로 정착된 셈이다.
판소리계 소설은 강창자의 구연 내용을 글자로 옮겨 적는 과정에, 그리고 그것을 또다시 필사하고 인쇄하는 과정에 본격적인 문학작품으로 전이, 발전된 것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처럼 필사자나 인쇄자가 처한 상황이나 기호, 교양의 정도에 따라 끊임없이 변용되어온 것이 판소리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판소리계 소설에는 이본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본이 많은 것은 판소리계 소설만이 아니다. 지난 시기에 유통되었던 모든 고전은 기본적으로 이본이 많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필사되면서 누대에 걸쳐 유통되어온 것이 이들 고전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홍길동전』 역시 정본이 따로 없거니와, 무엇보다 이는 그것의 이본에 대한 수많은 연구 논문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본이 많은 고전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저본을 추출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내용을 완벽하게 교감(矯監)해내는 일이 필수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과정에서 태어나는 것이 정본, 아니 정본에 가까운 고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본이 많은 고전에 대한 교감은 그 방면에 조예가 깊은 전문학자들이 맡아 이룩해야 할 고되고 힘든 작업이라고 해야 마땅하다.
『사씨남정기』, 『구운몽』 등의 경우에는 이미 이내종(경산대학교 한문과) 교수에 의해 정본이라고 해도 무방할만한 교감(矯監)이 이루어진 바 있다. 하지만 오늘 창작과비평사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고전 『토끼전』, 『심청전』, 『홍길동전』의 경우에는 그러한 정도의 교감이 이루어져 있는지 어쩐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이들 고전의 경우에는 교감이라고 할 만 것이 이루어져 있지 않은 듯 싶기도 하다. 미처 확인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이들 고전을 재구성하고 있는 세 분 필자의 경우 정본을 확정하는 교감까지 맡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다! 우리 고전’ 시리즈의 세 편 작품은 그 과정에 훨씬 구성의 밀도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혜숙, 장철문, 정종목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 이들 고전 시리즈는 바로 이러한 점에서도 돋보이는 장점을 지닌다. 물론 이 분야의 전문적인 학자들이 보기에는 위의 세 사람에 의해 시도된 교감에 얼마간 문제가 없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고전도 읽어야겠지만 일단은 먼저 우리나라의 고전부터 읽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 모두의 보편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소리 높여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제대로 고전을 완독한 사람들은 많지 않다. 여기서 거론하고 있는 『토끼전』, 『심청전』, 『홍길동전』은 말할 것도 없고, 『춘향전』, 『장화홍련전』 등 조차 완독한 사람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우리 국민들의 원형 심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이들 고전의 기본 스토리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만화나 영화, TV 등의 영상물로 그것을 대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들 고전 자체는 오늘의 어법으로 씌어 있지 않아 일반독자들의 경우 접근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사실하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 당시의 어법으로 씌어진 고전들을, 지금의 시각으로는 난해하기 짝이 없는 고전들을 쉽고 재미있게 읽어내기란 지난한 일일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고전에의 욕구를 만화나 영화, TV 등의 영상물로 대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따라서 고전 읽기와 관련하여 오늘의 형편에서 가장 화급히 요구되는 것은 현대적 어법에 의해 그것을 성의 있고 진지하게 재구성하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창작과비평사에 의해 시도되고 있는 ‘재미있다! 우리 고전’ 시리즈는 우선 이러한 점만으로도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 이혜숙의 『토끼전』, 장철문의 『심청전』, 정종목의 『홍길동전』이 유독 주목되는 것은 그것이 무엇보다 예의 기획에 의해 태어난 첫 번째 결과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첫 번째 결과물이 많은 어린이와 부모에 의해 능동적으로 수용될 때 후속 작업이 계속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고전을 읽는 것이야말로 인문학적 교양을 쌓는 첫걸음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점을 생각하면 현대적 어법에 의해 잘 교감된 고전을 지니고 있다는 것 자체가 오늘의 사회가 지니고 있는 문화적 재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창작과비평사에 의해 시도되고 있는 ‘재미있다! 우리 고전’ 시리즈의 첫 번째 결과물인 이혜숙의 『토끼전』, 장철문의 『심청전』, 정종목의 『홍길동전』은 다름 아닌 이러한 점만으로도 높이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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