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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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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남북한 문학 연구의 축소판

반세기 남북한 문학 연구의 축소판

서명 : 조선의 혼을 찾아서

글쓴이 : 임 헌 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저/역자 : 오오무라 마스오 지음 | 심원섭•정선태 옮김

출판사 : 소명출판

2007-05-18 / 118쪽 / 10000원 / 독자대상 : 고

외국인으로 남북한 현대문학을 가장 뜨겁고 깊게 연구하는 학자는 오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 교수라고 나는 감히 주장한다. 우리에게 윤동주 시인의 잊혀진 묘를 처음 찾아준 공적만으로도 잊을 수 없는데, 남북한과 중국 조선족 문학 전반에 걸친 연구에다 일제 식민지 시기의 한•중•일 문학연구와 한국문학의 일본어 번역과 소개 등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폭넓은 관심의 지평선은 언제나 경이로운 지성의 향연이다.
1933년 도쿄 출생인 오오무라 교수는 1945년 8월 15일 이전 “당시 소학교에서 배운 노래”에 얽힌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타로(太郞)야 너는 착한 어린이 / 튼튼하고 커다랗고 강해지거라 / 네가 커다랗게 자랄 무렵엔 / 일본도 커다랗게 된단다 / 타로야 나를 넘어서 가라.”
어린이가 크는 건 알겠는데 왜 “일본의 토지도 커다랗게 되는 겁니까”라고 교사에게 물으니 “나라의 힘, 즉 천황폐하의 어능위(御稜威)를 뜻하는 것”이라는 답변에 다시 “눈에 보이는 커다랗게 되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고 커다랗게 되는 것을 나란히 다루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까” 반문하자 “선생님은 아무 대답 없이 노려보았다.”
-<나의 8.15>, 『윤동주와 한국문학』 (소명출판사, 2001)

이 삽화에서 우리는 오오무라 교수가 어렸을 때부터 평화지향성을 지닌 데다 탐구심이 강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의 평화지향성은 중고교를 거쳐 와세다대학 제1정치경제학부 시절(1957년 졸업)부터 학문관과 인생관을 정착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는 전공을 외면한 채 제3세계의 상징이었던 중국어문학에 전념하다가 ‘인도와 조선’에 시선이 머문다. “아시아 문화와 역사가 새로운 관점에서 연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보잘것 없는 내가 손을 뻗으면 신세만 망치고 마는 것이 아닌가 주저”(<나와 조선>, 위와 같은 출처)했다는 고백은 신선하다. 강대국이든 약소국이든 지식인들이 지배와 정복자의 관점으로 연구하면 호강하고, 그 반대편이면 고생인 건 예나 이제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고난의 길을 선택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연구자의 몫이다.
오오무라 교수는 석사논문 “청말(淸末)사회소설 연구”와 루쉰(魯迅)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삼은 중국어문학 전공에서 뒤늦게 ‘조선 문제’를 만나 일본에서 첫 연구단체인 ‘조선문학연구회’ 창립을 주도, 오늘까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올곧은 자세로 동아시아의 평화공존을 위한 과거사 청산, 한국의 민주화와 통일문제, 일본의 헌법 9조 지키기 등 평화와 반전의 이념적 잣대를 견지하면서 한•중•일 세 나라 문학 연구에 정진해 왔다. 그의 ‘조선 사랑’은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를 능가하여 한국의 문화는 물론이고 김치를 비롯한 음식과 자연까지도 한국을 선호할 지경이다.
그의 남북한 문학 연구 자세는 객관적인 민족주체성에 입각한 반식민지 투쟁과 민주화와 분단극복 의지로 요약할 수 있다. 식민지 시기의 문학 연구에서 오오무라 교수가 부각시키는 작가는 김사량, 최서해, 조명희, 이기영 등을 비롯한 카프계열과 강경애, 윤동주, 심연수 등 재중국 문학인, 정지용, 김용제, 김종한 등 식민지 시기에 일본과 관련된 문학인들이다.

『조선의 혼을 찾아서』는 일본 독자들에게 남북한 문학의 이해를 돕고자「홋카이도신문」과 「니시니혼신문」에 짤막하게 연재했던 칼럼들을 모은 대중성 짙은 연구실 낙수(落穗) 글 모음집이 성격이 짙다. 워낙 학문적인 영역을 고수하는 성미라 처음부터 칼럼 그 자체로 썼다며 굳이 단행본으로 낼 의도는 전혀 없었는데, 오오무라 교수의 글과 인품을 흠모해 마지 않는 소명출판사의 박성모 사장이 삼고초려해서 간신히 출간허락을 받아 펴낸 소중한 결실이다. 윤동주의 <서시> 첫 구절 “죽는 날까지…”란 구절을 “사는 날까지”로 일본어 번역을 한 걸 비판하는 입장인 오오무라 교수는 워낙 연구자세가 너무 진지하다고 나 자신도 느껴오던 터라, 오히려 이런 칼럼집이 더 매력적인 측면도 있다고 우격다짐을 쓰며 소명출판사의 편을 확실히 들어줬던 참이다.
사실 그렇다. 연구자들에게만 알려졌던 문학사의 진실들이 너무나 잘 정리된 요약문으로 쉽게 읽힐 수 있는 글들인지라 단숨에 통독해버렸다.
총 37개의 글들로 이뤄진 이 저서는 오오무라 교수의 근 반세기에 이르는 남북한 문학 연구 업적의 축소판을 대하는 느낌이다. 한국문학사 전체에서 가장 훌륭한 문학의 하나로 평가하는 윤동주에 관한 글로 첫 머리를 장식한 그는 식민지 시기의 문제를 김용제, 한용운, 김종한, 강경애 등을 중심으로 접근한다. 특히 강경애의 『인간문제』를 높이 평가한 그는 이 여류작가의 묘가 북한에 있다는 걸 재일 조선인 연구자가 처음 발견, 소개했다는 뒷이야기도 곁들인다. 특히 『인간문제』의 텍스트가 남북한 합쳐 무려 13종이나 되는데, 남한의 것은 작품 발표 당시의 원문 충실성이 기준이라면, 북의 것은 “강경애 사후 남편 장하일(「노동신문」 부주필)이 정리하여 평양의 노동신문사에서 내놓은 것”으로 분류한 점은 많은 참고가 된다. 윤동주에 얽힌 비화들은 국내 연구자 누구도 오오무라 교수를 따라갈 수 없을 지경인지라 굳이 더 언급할 필요가 없지만, 시인 김종한이 일본의 유명 시인 사토 하루오(佐藤春生)에게 작품평을 받아낸 사실이나, 그간 미궁에 빠져있던 김종한의 2행짜리 연시의 대상이 여류작가 최정희였다는 일화는 군침을 돋운다.
식민지 시기의 중국 동북3성(만주)을 무대로 한 문학에 관련된 시인 작가로는 심련수와 김학철이 있다. 윤동주 보다 한 살 아래인 심연수는 니혼대학(日本大學) 졸업 후 만주에서 교직에 있다가 8•15 일주일 전 일본군에게 살해된 시인이다. 작가 김학철과는 깊은 교분으로 그가 보낸 사신(私信) 전문을 공개하고 있다. 남한 문학에서는 남정현의 <분지>, 제주 4.3 관련 작품 소개와 한국 내에서의 북한문학 연구 열기를 소개했으며, 북한문학에 관해서는 김조규, 김사량, 한기운 등을 거론하는 한편 『오딧세이아』,『신곡』, 『적과 흑』 등 목록이 들어있는 북한의 세계문학 전집의 특징을 “몽골, 루마니아, 브라질, 알제리아, 이집트, 베트남 등 이른바 제3세계의 작품이 많은 점”이 일본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오오무라 교수가 한반도를 바라보는 가장 중요한 쟁점인 통일모색의 문학으로는 북한의 『통일문학』을 비롯한 여러 교류 현황, 국제고려학회 연회에서 남북 청년들이 <고향의 봄> 노래를 반복해서 불렀던 일화, “한국을 비난하고 규탄하는 작품이 북에서는 최근 10년 이래 대단히 적어졌다는 점”을 거론한 <남북융화를 위한 교류의 진전> 등이 시선을 끈다. 한일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거의 매년 한두 번씩 방한하는 오오무라 교수인지라 두 나라를 너무나 잘 아는 입장에서 오늘의 한일관계에서 “상호 이해도의 측면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두세 걸음 앞서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상호 이해, 일본을 앞서다>)는 평가를 내린다.
이 쟁점에서 단골 메뉴는 친일문학인데, 저자는 임종국의 『친일문학』을 일역 출간할 정도로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한다. 첨언하면 오오무라 교수는 생전의 임종국과 친숙했던 탓에 매우 희귀한 서신왕래가 몇 차례 있었는데, 이 저서에서 공개하고 있다. 임종국 선생은 은둔자처럼 연구에만 몰두했기에 사진이나 기록, 서신 등이 극히 드문지라 편지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는데, 오오무라 교수는 임종국 선생의 아들까지 연락해 관계를 갖고 있다. 실로 연구에 그치는 게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한 모든 관련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오오무라 교수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자상한 일화들이 빠졌지만 그는 윤동주, 김조규, 이기영 등 친인척들과도 일일이 만나거나 교신을 하는 성실성을 옆에서 보며 우리 연구자들의 게으름을 채찍질한다. 오죽했으면 윤동주의 시 원본이나 장서록 등을 오로지 오오무라 교수에게만 보여줬겠는가.
이런 점은 오오무라 교수의 업적이면서 우리 연구자들에게는 얼굴을 들 수 없도록 만드는 수치의 일단이기도 하다. 어찌 그리도 유명한 시인 윤동주까지도 우리는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연구했던가. 전문 연구서는 아니지만 그에 못잖은 일관된 가치의식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읽을거리였다. 앞으로 이런 대중성 글을 계속 써서 그간 오오무라 교수가 이룩해낸 논문들이 대중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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