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보기 웹진 하위메뉴 및 검색으로 가기 전체메뉴로 가기

웹진

메일 매거진 발송 신청

2008년 겨울
서평문화

'이달의 읽을만한 책',;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서평문화','책& 등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에서 발간하는 책을 보실 수 있는 웹진입니다.'

홈 > 웹진 > 서평문화 > 교양

교양

아담의 첫 번째 여자는 남녀 평등주의자였다?

아담의 첫 번째 여자는 남녀 평등주의자였다?

서명 : 숨겨진 성서(1~3)

글쓴이 : 전동균(한국방송광고공사 출판팀장)

저/역자 : 윌리스 반스토운 엮음|이동진 옮김

출판사 : 문학수첩

2006-06-30 / 370쪽 / 13000원 / 독자대상 : 고

『숨겨진 성서』는 구약이나 신약 경전에 포함되지 못한 유대교 비경전(슈데피그라파)과 그리스도교 비경전(아포크리파), 그노시스파의 문헌을 모아놓은 책이다. 특히 그노시스파 문헌들은 1945년 이집트 나그 함마디 들판에서 문서가 발견됨으로써 1947년 사해 근처 쿰란 동굴에서 발견된 에세네파의 사해문서와 함께 그 실체를 분명히 드러냈다. 정통 교회에서는 이단으로 취급받고 있으나 높은 심미성과 현대성을 지닌 그노시스파 문헌의 발견으로 성서의 내용은 더욱 풍부해질 수 있었고, 초대 그리스도 교회의 모습 또한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놀라우리만큼 아름다운 문학성과 종교적, 학술적 가치를 지닌 이 문헌들이 오랫동안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있었고 공식적인 경전에 포함되지 못한 것은 당시의 종파간 대립 때문이다. 기원 후 397년 카르타고 공의회에서 신약 성서 27권이 확정되어 경전이 되었는데 “하느님의 인도를 받아서 썼다”는 여러 문헌들 중에서 소수의 책만이 경전으로 선택되었다. 종파간의 대립에서 우위에 선 그리스도교를 제외한 나머지 책들은 이단으로 몰려 없어지거나 감춰졌던 것이다.
『숨겨진 성서』에 수록된 문헌들, 즉 비경전들은 외경과 위경, 묵시문학으로 구분된다. 헤브라이어로 기록된 성서를 그리스어로 번역한 구약 70인역 성서에는 번역 과정에서 원래의 헤브라이어 성서 내용 이외의 것들이 추가로 삽입되었다. 이러한 외경은 에스드라서, 바룩서, 므낫세의 기도문 등 14권이 있다. 위경은 책의 권위와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익명의 저자들이 에녹이나 모세, 바오로와 같은 성인의 이름을 내세워 기록한 가짜 성경들로 에녹서, 모세의 승천기, 아리스테아스가 필로크라테스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포함된다. 또 묵시문학은 세상의 종말의 때와 징조, 최후의 심판 등을 계시하고 있는 기원 전 2세기에서 기원 후 1세기 사이에 쓰여진 문헌들을 지칭하는데, 외경과 위경의 일부를 포함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헌들은 각 교파의 새로운 창세기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예수의 탄생과 기적, 마리아의 생애, 사도들의 행적, 순교자들 이야기, 종말론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 중 토마스와 야고보 복음에 실린 예수의 어린 시절 이적들은 왜 이 문헌들이 경전에서 제외되었는지를 우리에게 잘 알려주고 있다. 생각이 바로 기적이 되는 공포스런 아이, 사람에게 복수를 하는 아이가 예수의 모습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성을 부인하며 예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전복시키고 있다. 또 유대교 비경전 창세기인 ‘하가다’에서 아담의 첫 번째 여자는 이브가 아닌 릴리트인데, 아담과 동등한 권리가 없다하여 스스로 아담을 버린 여자다. 예수의 쌍둥이라고 알려진 유다 토마스가 인도로 건너가 선교활동 하는 것을 보여주는 토마스 행전 또한 낯설고 기이하기는 마찬가지다. 예수의 쌍둥이 사도 이야기는 후세 성서 연구자들에게 ‘인도로 간 예수’라는 논쟁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편자 윌리스 반스토운이 말하고 있듯이, 비경전 문헌들은 특히 묵시록이 풍부하다. 그가 신·구약 중간시기의 묵시록 중에서 가장 탁월한 문헌으로 꼽은 것은 『숨겨진 성서』 1권의 에녹 제1서, 에녹 제2서이다. 묵시록의 저자들은 환상 속에서 천사들의 인도를 받아 천당과 지옥을 여행하며 창세기나 구원, 최후의 심판의 날에 일어날 일 등 신비로운 일들을 체험하게 된다. 에녹 역시 환상 속에서 구름에 둘러싸인 채 하늘로 올라가 창조주를 만나고 천당과 지옥을 여행하며 땅의 여자들과 관계해 거인족을 낳은 타락한 천사들 이야기, 천지창조 이전에 이미 준비된 사람의 아들(메시아) 이야기, 종말의 날에 대한 것들을 보거나 듣는다. 우리는 이 문서에서 유대교인들의 메시아 신앙을 엿볼 수 있는데, 이는 유대인들이 처한 역사적 상황과 관계가 깊다. 기원 전 8세기 아시리아의 침략과 6세기 신바빌로니아의 침략, 4세기 초 알렉산더 대왕의 침략으로 디아스포라를 겪은 유대인들이 기원 후 63년, 로마 제국의 예루살렘 정복으로 또 한번 민족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시련 속에서 자신들을 구원해 줄 메시아를 열망해 온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창세기에 간략히 언급된 ‘에녹’의 이름을 빌어 쓰인 이 유대교 비경전은 시적 상상력과 빼어난 묘사 등 탁월한 문학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숨겨진 성서』 2권의 베드로 계시록과 바오로 계시록 등 많은 묵시록이 출현하게 되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또 이방인들의 개종이나 메시아의 출현, 정의로운 자들의 부활 같은 에녹서의 개념들은 초대 그리스도교에서 약간의 수정을 거쳐 수용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R. H. 찰즈는 “그리스도교는 역사적으로 유대교에 크게 덕을 보았다” 고 말한 바 있다.
바오로 계시록과 베드로 계시록은 ‘지옥의 묵시록’이란 점에서 동질성을 지니고 있다. 지옥을 고통의 장소로 짧게 언급한 에녹서와 달리, 두 계시록은 저지른 악행에 따라 벌을 받는 죄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무시무시하게 묘사해 놓았다. 이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또한 바오로 계시록은 초대 그리스도교 문헌들에 다양한 종교관이 혼재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유보다 흰 아케루시아 호수’를 건너거나 ‘황금의 배’를 타고 거룩한 구역으로 가는 장면은 스틱스 강을 건너 내세에 간다든지, 황금의 배 파라볼라가 델로스 섬으로 가는 그리스 신화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다양한 종교의 혼재 현상은 비경전 문헌이 갖는 특징 중의 하나인데 그노시스파의 문헌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세상의 기원과 종말에 관한 문헌인 ‘세상의 기원에 관하여’는 자웅동체의 신 얄다바오트(이 이미지는 유대교 비경전 솔로몬의 노래 19에 차용된다) 같은 그노시스적 특징과 더불어 에로스나 푸시케 같은 그리스 신화적 성격, 사바오트와 이스라엘과 성령의 처녀로 이루어지는 삼위일체형 형식 등 그리스도교적 성격까지 혼합하고 있다.
397년 카르타고 공의회에서 신약 성서 확정을 주도한 아우구스티누스는 그노시스파의 한 갈래인 마니파 신도였다고 한다. 후에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아우구스티누스는 마니파를 반박하는 논문을 여러 편 썼는데, 이 책 3권에 실린 ‘선과 악의 전쟁’은 그 중 한 편이다. 이 문헌에서 그는 마니파를 “온갖 잡스러운 내용을 상상력으로 만들어내는 몽상가들”이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이 말은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마니파’의 존재를 역설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숨겨진 성서』의 문헌들은 많은 성서 연구자들이 언급하듯이 놀라운 상상력, 풍부한 설화, 아름다운 문체 등 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앞서 언급한 단테의 『신곡』뿐 아니라 『켄터베리 이야기』, 『실락원』, 『십이야』, 『베니스의 상인』과 같은 뛰어난 문학작품에 강렬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천이 되었으며, 이 문헌에 수록된 매력적인 인물들은 많은 예술작품의 모델이 되었다. 일례로 그리스 신화에서 신의 신탁을 받는 무녀인 ‘시빌’은 『숨겨진 성서』에서는 예언자가 되어 몰아의 경지에서 신의 세계를 보여준다. 유대교의 ‘시빌의 신탁집’을 계승한 그리스도교의 ‘시빌의 신탁집’은 묵시적이면서 상징과 비유를 가득 담은 아름다운 시편인데,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대성당의 천정화인 ‘천지창조’에 그녀를 그려넣었다. 이들 문헌은 미술에서도 벽화나 스테인드 글라스, 성화 등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음악과 영화에서도 그 영향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경전과 위배되는 내용으로 관심을 모은 『다빈치 코드』나 『연금술사』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음을 볼 수 있다.
역사적 진위 여부와 일부 문헌에서 보이는 작위적 내용, 예를 들어 예수를 십자가에 처하게 한 본디오 빌라도를 미화시키고 있는 니코데모 복음이 논란거리가 됨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실린 문헌들은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고대 종교문헌의 복원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숨겨진 성서』는 고답적인 교리의 틀에서 벗어난 풍부한 내용으로 ‘인류 정신문화의 자양(慈養)’인 종교 사상의 전통과 관념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며, 인간의 사고와 상상력을 확장하게 한다.
성서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시인으로서의 감성과 유려한 문장을 지닌 역자의 번역이 돋보이는 이 책은 정통 그리스도교에서는 이단으로 배척되는 내용과 전3권, 각370쪽 내외의 방대한 분량으로 인해 일반 종교인과 독자의 접근이 용이하지는 않다. 편자의 친절한 서문과 해설이 도움을 주고 있지만, 수록된 문헌들의 수많은 상징과 비유는 때로 해독의 난해성으로 인해 독서의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숨겨진 성서』 같은 책들이 지닌 어쩔 수 없는 운명이자 또 매력이기도 하다. 언제나 책은 그 책을 원하는 특별한 독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각 370쪽 내외|각 13,000원

사이트 정보

서울시 강서구 방화3동 827 국립국어원 4층 우)157-857 대표전화:02-2669-0700 팩스:02-2669-0759 담당자:박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