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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겨울
서평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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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경제불황, 피할 수 없다면 준비하라!

경제불황, 피할 수 없다면 준비하라!

서명 : 대한민국 경제, 빈곤의 카운트다운

글쓴이 : 이정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저/역자 : 김재인

출판사 : 서해문집

2008-09-15 / 231쪽 / 11900원 / 독자대상 : 고

이 세계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 당장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온 나라에 불황의 냉기가 스며드는 오늘날 이런 질문들은 우리에게 더욱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그러나 사실 이런 질문은 역사상 수많은 사상가들의 얘기에서 단골 메뉴이기도 하다. 예나 이제나 이런 질문이 어느 사회에서나 큰 관심거리이다보니 이에 대한 대답도 대단히 많을 수밖에 없다. 크게 보면 비관론과 낙관론이 대립하고 있다. 오늘날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신자유주의가 크게 퍼지고 있고 경제학이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바탕이 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관론이 그 경제학을 오래 동안 지배하였다. 경제학이 “음울한 과학”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로부터 존 스튜어트 밀에 이르기까지 약 100년 동안의 경제학을 흔히 고전학파 경제학이라고 부르는데, 맬서스의 인구론이 이 경제학 이론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유명한 구절로 잘 알려진 맬서스의 인구론이 던지는 핵심적 메시지는, 요컨대 우리 인류는 자연의 제약 때문에 영원히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자연의 제약을 벗어나 인구가 증가할 경우 범죄, 질병, 사회갈등, 전쟁 등으로 인구는 다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 맬서스의 이론을 핵심으로 하는 고전학파 경제학은 자본주의 역시 자연의 제약 때문에 결국은 장기 정체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래 서구 자본주의 사회는 고전학파 경제학의 예측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 왔다. 식량생산은 계속 증가하였으며, 인구도 계속 증가하였고, 1인당 소득도 급속도로 늘어났다. 고전학파 경제학은 현실에 대하여 무엇 하나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결국, 고전학파 경제학은 기술진보의 위력을 과소평가하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드디어 고전학파 경제학이 물러나고 자본주의에 대하여 대단히 낙관적인 현대경제학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 현대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성을 명시적으로 전제한다. 인간은 주어진 목적에 대하여 최선의 수단을 알고 선택하는 능력가지고 가지고 있다는 것이 현대경제학 이론의 대전제다. 신자유주의자는 경제학의 이 대전제, 그리고 경제학이 가르치는 시장의 원리를 굳게 신봉하는 사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문제를 되도록 개인의 자율에 맡겨서 해결하고 시장의 원리에 따라 해결하자는 주장이 신자유주의의 기조를 이루고 있다. 그 만큼 신자유주의는 인간에 대하여 그리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하여 상당히 낙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고전학파 경제학의 비관론은 죽지 않았다. 1970년대 초 에너지 위기가 세계를 강타하였을 무렵, 미국 MIT대학의 몇몇 교수들은 식량생산, 산업생산, 지하자원 이용량, 인구, 환경오염물질 배출량 등 5개 변수를 기본으로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는 복잡한 모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변수들에 대한 범지구적 자료들을 넣고 컴퓨터로 이 모형을 돌려본 결과, 이 지구 하나만으로는 인류가 앞으로 100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진단을 얻어냈다. 인구증가를 당장 멈추지 않으면, 자연자원의 고갈 및 환경오염으로 인해서 지구의 종말이 온다는 것이다. 이 비관적 진단을 해설한 『성장의 한계The Limit to Growth』라는 책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은 신맬서스이론으로 소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가격의 역할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경제학자들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얼마 후 신맬서스이론은 잠시 잊혀지게 되었다. 비판의 요지는, 자연자원이 고갈되는 징후가 보이면 이에 따라 가격이 급상승하는데, 가격의 급상승은 한편으로는 수요를 줄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원절약 기술이나 대체 자원의 개발을 촉진하기 때문에 자원고갈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1970년대 초반 2차에 걸친 에너지 파동의 결과 에너지 효율이 놀라울 정도로 높아졌다. 요컨대, 시장메커니즘의 작동이 자원고갈 문제를 적절히 해결해주며, 제도만 잘 보완하면 우리 인류는 환경오염문제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매우 어둡게 보는 『대한민국 경제, 빈곤의 카운트다운』은 신맬서스이론의 냄새를 짙게 풍기는 책이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부분은 우리에게 다가 오고 있는 위기의 징후들을 얘기하고 있다. 이 책은 위기의 첫 번째 징후로 ‘달러화 가치의 하락’을 꼽고 있는데, 주로 미국의 패권주의, 달러화의 방만한 발행,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역할 쇠퇴 등을 다루고 있다. 두 번째 징후로는 자연자원과 식량자원의 고갈, 그리고 이를 둘러싼 국가간 제로-섬 경쟁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이 두 가지 징후가 신자유주의와 연결되어 있으며,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는 제로-섬 경쟁에서 하위국가나 계급의 몫을 상위국가나 계급이 탈취하는 악랄한 재분배를 수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신자유주의는 “미국이 고안해내고 지속적으로 전 세계에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미국의 붕괴와 더불어 신자유주의도 붕괴한다고 단언하고 있다. 이 책의 한 가지 큰 흠은 핵심 용어들의 의미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책이 의미하는 신자유주의가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분명치 않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하였지만, 보통 학계에서 말하는 신자유주의는 이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으로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이며, 따라서 미국과 영국뿐만 아니라 서구의 여러 나라, 우리나라와 일본, 심지어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국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신봉하고 있는 사상이다.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는 일반 대중에게 특히 정부의 실패에 주목해줄 것을 호소하며 정부의 비대화를 무척 경계하는 사상이기도 하다. 아마도 중국의 경제계에도 신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들이 적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붕괴될 것인지 이 책은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달러화의 약세는 많은 전문가들이 점쳐 온 것이다. 다만, 이 책이 주장하듯이 미국이 해마다 계속되는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달러를 마구 찍어냈기 때문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식의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국이 달러를 마구 찍어내서 부를 형성했다는 주장은 너무 터무니없어 보인다. 논리와 증거를 대다 보면 주장이 복잡해져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어떻든 이 책의 큰 흠은 논리와 증거가 너무 허술하다는 것이다. 그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강조하는 두 번째 위기의 징후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한 부분이 주목을 끈다.

이 책의 두 번째 부분에서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구석구석 파헤치고 있다. 실업의 문제, 빈부격차의 문제, 자원부족의 문제, 심지어 교육의 문제와 종교의 문제도 거론하고 있다. 사실 그 어느 문제 하나 우리에게는 심각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우파는 많아도 좌파가 너무 없어서 큰일이라는 주장은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말하는 우파와 좌파가 과연 무엇인지도 분명치 않다. 우파를 보수주의자라고 한다면, 대체로 이들은 신자유주의 성향을 강하게 가진다. 신자유주의는 기득권을 정당화하는 데 자주 이용되는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는 신자유주의자가 너무 많다는 얘기인데 과연 그럴까?

이 책의 세 번째 부분은 일종의 처방을 제시하는 부분이다.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이 이 부분일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긴 경제 불황과 빈곤의 시대가 밀려오는데, 피할 수 없다면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밀려오면서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촌의 미래를 매우 어둡게 보고 있는 터이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풍요라는 허상 대신에 소박함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며, 정치가들도 이런 방향으로 국민을 계도해야 한다고 이 책의 저자는 주장한다.
앞으로는 수출주도형 경제를 추진하기보다는 내수에 바탕을 둔 경제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통해서 우리 경제를 살려보려고 애를 쓰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방법이라는 비판은 아주 시의적절하다. 우리나라는 다른 OECD 국가에 비해서 건설 산업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문제는 그 건설 산업이 부동산거품의 산실이면서 또한 온갖 부조리와 비리의 온상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은 앞으로 나누는 것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갈파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실업을 최소화해야 하며 분배중심의 경제정책을 펼 것을 강력 제안하고 있다. 책의 말미에 아주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는데, 북한 땅이 난관에 처한 우리 경제의 돌파구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머지않아 통일이 올 것을 자신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자연자원의 보고이며 우수하면서 저렴한 노동력이 풍부한 곳이며, 대륙과의 통로이다. 이 책은 남북통일에 큰 희망을 걸면서 끝을 맺고 있다.
끝으로 이 책에 대하여 한 마디 덧붙인다면,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거의 일방적이고 직설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주장과 정반대되는 유력한 주장도 많이 있다는 점을 독자들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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