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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겨울
서평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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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남녀상열지사』, 조선간통사

『조선남녀상열지사』, 조선간통사

서명 : 조선남녀상열지사

글쓴이 : 정병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저/역자 : 손종흠

출판사 : 앨피

2008-08-30 / 278쪽 / 13000원 / 독자대상 : 고

『조선남녀상열지사』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아낸 열다섯 건의 조선시대 간통 사건을 알기 쉽고 흥미롭게 풀이한 책이다. 저자 손종흠 교수는 간통을 “결혼하여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이성과 성적 관계를 맺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하면서, 소개한 열다섯 건의 사건을 네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첫째, 사대부 남성이 기생첩을 사이에 두고 벌인 쟁탈전. 둘째, 아버지나 장인의 여자와 간통하거나 첩으로 삼는 패륜. 셋째, 도덕군자로 추앙을 받으며 정치적으로도 성공한 이들을 둘러싼 추문. 넷째, 왕실이나 사대부가의 여성들이 신분이 낮은 노비나 승려들과 정을 통하는 경우.’ 이들 쟁탈편, 패륜편, 추문편, 음란편에는 각각 세 사건, 네 사건, 세 사건, 다섯 사건이 있는데, 그 사건들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1. 세종 때 도총관 이순몽이 절친한 친구인 병조판서 황상의 애첩과 간통하다 들통이 나 머리를 깎이고 옷을 빼앗기는 등 욕을 당했다는 사건.
2. 성종 때 세조의 부인인 정희왕후의 친동생 이철견이 다른 사람의 첩인 기생 다물사리와 간통을 했다는 사건.
3. 선조 때 선조의 서자이자 광해군의 형인 임해군이 개성유수 유희서의 첩을 보고 반하여 간통하고, 또 그 첩을 가로채기 위해 유희서를 죽였다는 사건.
4. 중종 때 경상도 영산현감 남효문의 아내가 수양아들과 간통했다는 사건.
5. 중종 때 광흥창 부봉사 오여정이 아버지의 상중에 어머니를 감금하고 서모와 함께 도망했다는 사건.
6. 성종 때 박사화가 좌의정을 지낸 장인 권람의 첩을 자기 첩으로 삼았다는 사건.
7. 광해군 때 수원부사의 아들 문신이 아버지의 첩과 간통했다는 사건.
8. 성종 때 형조참의 황효원이 하사받은 노비를 처로 맞이하는 불법을 저질렀다는 사건.
9. 태종 때 한성부 판사 변계량이 결혼을 네 번이나 하면서, 특히 셋째 부인을 학대했다는 사건.
10. 세종 때 좌의정 황희가 죽은 친구 박포의 아내와 간통했다는 추문.
11. 세종 때 공조판서를 제수 받은 김문기의 딸이 결혼 후에도 같은 동네의 처녀들과 남자 사냥을 다녔다는 추문.
12. 성종 때 나중에 경상도 병마절도사가 된 군관 정은부의 아내 정학비가 정은부의 이종 오촌 조카인 하치성과 간통했다는 사건.
13. 단종 때 진관사 주지 각돈이 관비와 간통했다는 사건.
14. 세조 때 종실 이치와 결혼한 정부인이 설준 등의 승려들과 간통했다는 사건.
15. 성종 때 우의정 한백륜의 아들이자 예종비 인순왕후의 오라비인 한환과 한순이 한환은 기생첩과 짜고 아내의 옷을 찢고 장인을 구타했고, 한순은 수많은 간통을 저질렀다는 사건.

위 사건들은 모두 ‘했다는’ 식으로 정리했는데, 이는 모두 고소 또는 소송과 연결된 것으로 사건 쌍방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서 단정적으로 서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위 사건 전부가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라 하더라도 언급된 사건들과 그 경위를 보면, 엄격한 유교적 도덕과 튼튼한 유교적 질서가 지켜지리라 생각되었던 조선 사회가 어찌 이렇게 ‘문란’한지 놀랄 지경이다. 게다가 문란한 성생활의 주역이 못 배우고 가난한 하층민이 아니라 최고의 학자나 고급 관리 등 상층 귀족이기에 놀라움은 더욱 크다.
‘하늘의 이치를 지키고 사람의 욕망을 없애라’는 ‘존천리멸인욕存天理滅人慾’의 가치를 높이 들었던 유교사회 조선이, 그 지배층이, 이처럼 문란한 성생활을 벌였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다. 엄격한 이념과 그것을 지키지 못하는 현실의 심각한 괴리를 보여주는 것이든지, 아니면 아직 도덕적 이념이 욕망을 잘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면화하지 않았던 것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런데 간통한 자들의 행태를 보면 이념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념이 확고하다면 자신이 저지른 간통에 대하여 부끄러움이나 죄의식을 드러낼 텐데, 위의 사건들을 보면 간통한 사람들에게서 그런 의식을 찾기 어렵다. 11번 사건의 당사자인 김문기의 딸은 남편에게 간통 현장을 적발 당하고도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고 하며, 12번 사건의 당사자 정학비의 어머니는 사위가 아내의 부정에 대해 말하자 ‘뭐 그런 어린 아이들 장난을 가지고 흥분하느냐’고 도리어 꾸짖었다. 이처럼 간통은 당사자들한테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더더욱 놀랄 일은 이들 사건의 죄질을 판단하는 임금조차 간통 그 자체를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점이다. 이런 반응들에서 볼 때 다른 문제는 몰라도 간통 문제에 있어서만은 유교 이념이 현실을 확고히 장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유교 이념이 현실을 확고히 장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엄격한 유교사회로서의 조선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괴리는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평자의 얕은 생각을 먼저 밝히면 이런 모습은 존천리멸인욕의 유교적 가치관이 아직 자리 잡기 이전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공교롭게도 이 책에서 다룬 사건들은 모두 조선전기에 국한되어 있다. 광해군 때 사건이 마지막 사건인데, 이 책이 왜 18세기나 19세기의 사건은 다루지 않았는지 알 수 없지만, 조선전기는 가족제도, 입양제도, 여성지위 등 간통과 직간접으로 관련되는 여러 제도들이 조선후기와 크게 다르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다.
성 풍습 역시 사뭇 달라서 조선전기의 경우, 조선후기는 물론 지금의 기준에서도 성 풍속이 ‘문란’하다고 생각될 정도이다. 『고려도경』을 쓴 중국인 서긍은 고려 사람들이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을 쉽게 여긴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런 개방적인 고려의 성풍속이 조선전기까지는 계속 남아 있었던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말하자면 조선전기는 그런 개방적인 고려 유풍이 새롭게 정립되고 있는 유교 이념과 만나면서 충돌을 일으킨 시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바람에 간통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부상하였던 것이다.
평자는 이런 시각에서 이 책에서 다룬 열다섯 건의 간통 사건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 시각이 타당한지 어떤지 이 책의 시각과 견주어 볼 길은 없다. 이 책은 그저 개별 사건만 정리 서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손종흠 교수는 조선전기 간통사에 대해 역사적 접근보다는 오히려 도덕주의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서문 맨 앞에서 이 책은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러운 간통을 소재로 삼고’ 있다고 했고, 또 맨 마지막에 한환과 한순 형제의 간통을 평하면서는 맹자의 측은지심이나 수오지심 등 이른바 사단四端을 언급하면서 “이들 형제에게서는 이러한 사람의 본성을 찾아보기 어려우니 그들을 어찌 사람이라 부르겠는가” 하며 끝을 맺고 있다. 책의 맨 앞과 맨 뒤의 두 가지 예만 들었지만, 저자가 이런 유교 도덕적 시각을 가지고 있음은 책 여기저기서 확인된다.
그런데 위에서 간단히 살핀 것처럼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열다섯 건의 간통 사건이 조선전기의 관습과 풍속에서 유래된 것이라면, 이렇게 도덕, 그것도 유교 도덕으로만 비판하는 것은 이들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으로는 다소 적절치 못한 듯하다.
저자 역시 서문에서 간통은 “결혼제도가 생긴 이래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인간지사 중 하나”라고 말하고 있으니, 저자도 간통이 근본적으로 결혼제도와 관계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간통은 현대에도 법적 도덕적으로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조선전기의 사례가 그것을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사적 근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일독의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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