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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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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도서소개

서평문화}『무서운 그림으로 인간을 읽다』 (나카노 쿄코/이연식/이봄/2012.2.15)

서평문화}『무서운 그림으로 인간을 읽다』 (나카노 쿄코/이연식/이봄/2012.2.15)

글쓴이 : 강은주

필자소개 :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원

‘공포’의 눈을 통해 그림을 보다

사람들은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불 속에 발을 맞대고 앉아 섬뜩한 이야기에 빠져들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 혹은 한여름 밤 연신 눈을 가리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공포 영화를 훔쳐보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는 것처럼. 나카노 쿄코의 책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림은 대개 아름답다고 생각되지만, 때때로 그 안의 숨겨진 진실은 무서울 때가 있다. 일본을 비롯해 국내에서 미술 에세이스트로 명성을 얻은 저자가 일관되게 주목하는 것이 바로 그림 속에 감춰진 ‘무서운’ 이야기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를 “공포는 풍요로움과 깊이, 그리고 강렬한 흡인력을 가지고 상상을 자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공포’의 눈을 통해 그림을 감상하려면, 그림을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 담긴 오랜 역사와 문화, 상식, 작가의 의도, 더 나아가 숨겨진 상징들을 ‘읽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무서움’은 작품 속의 모티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보는 일종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림이 제작된 배경, 등장인물들의 관계, 숨겨진 메타포들을 알아가다 보면, 어느새 끔찍하고 무서운 사실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그림의 모습은 더욱 입체적으로 바뀐다. 인간의 심리에 내재한 ‘공포’가 그림을 감상하는 흥미로운 뷰파인더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키워드의 역할이다. 저자는 운명, 저주, 증오, 광기, 상실, 분노, 죽음의 일곱 가지 키워드를 통해 명화 뒤에 숨겨진 어두운 이야기를 조명한다. 예를 들면, 벨라스케스의 <펠리페 프로스페로 왕자>의 초상화에서는 왕가의 순혈주의와 오만함으로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하는 어린 왕자의 잔인한 ‘운명’을 다룬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의 <엘리자베트 황후>의 초상화에서는 자유로운 영혼을 옭아맨 채 왕가의 운명을 따라야했던 아름다운 황후의 비극적 삶을 차라리 ‘저주’라고 일설한다. 왕정을 반대하고 공화국을 지지했던 화가 다비드의 <마리 앙투아네트>의 스케치에서는 ‘증오’의 감정을, 고야의 <제 아이를 잡아먹는 사투르누스>에서는 제 아이를 먹지 않으면 안되는 숙명에 두려워 떨면서 스스로 ‘광기’에 사로잡힌 아비의 모습을 발견한다.
엘 그레코의 <톨레도 조망>으로부터 뵈클린의 <죽음의 섬>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풍경화에서 주목하는 것은 ‘상실’이다. 시대의 불안에 휩싸여 마음을 둘 곳 없던 인간들은, 풍경에서 안식처를 찾는다. 러시아 혁명기의 화가 일랴 레핀이 그린 <1581년 11월 16일,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에서 ‘분노’를 억제하지 못해 아들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이반 뇌제는 두 눈을 부릅뜬 채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공포는 ‘죽음’이다 플랑드르 르네상스 화가 브뢰겔부터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화가 에곤 실레까지, 수많은 미술가들이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는 근원으로 죽음을 표현한다. 인간은 삶은 유한하기에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 죽음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단편적인 이야기에 몰두하다 보면, 평온하고 아름답게만 보였던 그림 위로 어두운 그림자가 겹쳐지고, 인간의 삶이 가져오는 고통에 오싹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가 의도한 것이 그림을 무섭게 만드는 것일 리는 없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키워드로 ‘구원’을 제시하여 공포로부터 벗어날 문을 열어둔다. 일곱 가지 공포에 맞설 방법으로 신을 찾았던 사람들과 그들이 그린 종교화를 소개하며, 죽음의 공포를 외면하지 말고 당당히 대면할 것을 제안한다. 에로스(사랑)와 타나토스(죽음)가 함께 순환하듯, 바로 죽음이 우리의 삶을 한층 빛나게 해주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말이다.
이 책은 2010년 일본 NHK 교육방송을 통해 방영된 ‘무서운 그림’을 주제로 한 교양 프로그램을 토대로 재구성된 것으로, 앞서 발간된 <무서운 그림> 시리즈를 한권에 망라한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흥미로운 구성이 가미되어 군더더기는 털어지고, 각 장별로 키워드가 더해지면서 짜임새가 견고해진 느낌이다. 기존의 미술사 서술방식에 권태로움을 느꼈던 독자라면, 혹은 미술을 맛깔나게 소개해주는 입문서가 필요한 독자라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질 만한 책이다.

사이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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